내일 큰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미리 야채를 좀 사두려고 해거러름녘 동네 재래시장에 갔습니다.
이리저리 물건을 보고있는데 근처에서 큰소리로 아이를 나무라는 아주머니의 소리가 들려와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습니다.
아이가 혼이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큰아이에게 다시 한 번 큰 소리를 냅니다.
"집에 가!"
아이는 고래를 절래절래 흔들며 큰소리로 울고있습니다.
옆에있던 작은 아이는 누나가 혼나는 모습에 놀라서인지 달기똥 같은 눈물을 뚟뚝 흘리며 제 누이보다 더 큰 소리로 웁니다.
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 상황에 아주 무심합니다.
바로 옆에서 장사하는 정육점 아저씨가 한 마디 합니다.
"아, 남의 영업집 앞에서 왜그래요..."
하지만 그 아지씨의 한 마디는 영업이 방해되는 것이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라 혼나고 있는 아이를 구출해 주려는, 일종의 아이를 향한 도움의 메세지로 보여집니다.
잠시 후 엄마가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합니다.
큰 아이가 눈물을 훔치며 그 뒤를 따릅니다.
작은 아이는 엄마의 손이 이끌려 앞서 가면서도 뒤따르는 누나가 걱정되는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누나를 살핍니다.
제가 어렸을 때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것이 어렴풋이 생각나 혼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.
그리고 생각했습니다.
저 어린 여자아이가 나중에 결혼을 해서 남매, 자매 또는 형제를 두고 기르게 될 것인가?
그리고 그 아이들을 데리고 올 재래시장이 과연 그 때까지 남아있을 것인가....
- 2012/8/27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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